집밥 들밥 - 이성배 삼 년 전 귀농해서 구절초 농사를 짓는 김 선생은 이제 몸도 건강하다. 오랜만에 올라와 데려간 허름한 골목식당, 청국장 한술 뜨더니 어머니가 끓여주던 맛이라며 눈알을 부라린다. 나도 따라 지긋이 눈 감아 본다. 수수 빗자루, 지게 작대기가 번쩍 하더니 눈물이 찔끔 날 것 같다. 자기 땅 한 평 없이 사계절을 나는 동안 어머니의 반찬은 찬물이거나 짠지이거나 허기였으나 그래도 집밥이라면 한 가지쯤 없으랴. 언 땅보다 먼저 허기가 풀린 뒷동산에서 캐 먹던 칡뿌리, 뱀 나온다고 가지 말라던 찔레 덤불의 어린 순, 한두 번쯤 밭두렁으로 굴러 박히며 따먹던 오동개, 들밥만 먹은 나에게 집밥은 참 부러운 반찬이다. 김 선생에게 구절초 조청에서 칡 맛이 난다고 질겅질겅 웃어 주었더니 알 듯 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