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746

중랑천에서의 일박 - 박형권

중랑천에서의 일박 - 박형권 불판에 올려놓은 대패삼겹살처럼 줄줄 땀이 흘러내리는 여름밤 착한 마누라와 몸 맞대는 것도 더워 돗자리 챙겨들고 천변으로 나갔지요 밤낮을 잊은 나팔꽃 우듬지에서 칠 칠 칠 밤 벌레가 울고 달은 야참을 먹는지 볼록 배가 불렀어요 나도 가져간 캔커피를 따서 목을 축이고 두 날개를 쫙 벌리고 드러누웠어요 흠, 물비린내 좋고 어디서 휙 휙 낚싯대 후리는 소리, 서울이 나하고 정들려 하였어요 그런데 저 건너 아파트 불빛은 왜 저렇게 멀어 보이나요 한여름 달빛처럼 하얗게 알궁둥이 까고 중랑천 찬물에 뛰어들지 못하나요 꼬르륵 꼬르륵 참개구리가 운 것 같고 소쩍새도 운 것 같고 밀양 얼음골도 다녀간 것 같고 꿈꾸기에 따라 무주 구천동인데,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불을 끄더군요 조금은 외로웠지만 ..

한줄 詩 2019.07.16

애모 - 김수희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세월의 강 넘어 우리 사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 얼만큼 나 더 살아야 그대를 잊을 수 있나 한 마디 말이 모자라서 다가설 수 없는 사람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여

두줄 音 2019.07.16

사리의 여름 시간 - 김윤배

사리의 여름 시간 - 김윤배 발소리 텅텅 울리는 연화장의 여름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다 누군가의 곡소리에 놀라 깬다 전광판에는 5번 고로의 고인 냉각 중이라고 흐른다 고인의 체온이 천 도를 넘어 어두웠던 두개골 환해지고 닫았던 동공 열려 보게 된 화엄의 세상, 수백 개의 뼈들 붉은 눈을 떠 슬픔과 고통을 담고 있던 근육들의 기억 황홀하게 보았을, 그도 잠시 화엄의 세상 느리게 닫혀 붉은 뼈들 조용히 눈감고 고인의 잘 익은 시간들 따스한 침묵으로 숨 쉬고 있을 5번 고로, 세사가 고해였으니 사리 또한 없으란 법 없겠다 싶은데 유골함 든 상주 묵묵히 햇볕 속으로 나간다 살이 있는 사리의 여름 시간 *시집,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문학과지성 헌 집 - 김윤배 헌 집에는 늙은 개 한 마리가 낡은 마당을 어슬렁..

한줄 詩 201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