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한 열흘 - 한영수

마루안 2019. 7. 20. 22:13

 

 

한 열흘 - 한영수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끝나도 좋은가

그럴 때 매미는 운다

가까스로 뛰쳐나온 목소리

아프다, 소리친다 밉다, 외친다

나무껍질을 움켜쥔

여섯 개 발톱의 리듬으로

 

나야, 정말로 나야

한 열흘

말매미나 되어버릴까

조금 울다 마는 애매미는 싫다

반복은 지루하지,

중얼거리는 것이 습관인 참매미는 싫어

거짓말처럼 화려하게

색소란 색소는 탕진해버릴까

 

이파리 뒤 내가 만든 세상에서

안 보이는 세상을 붙잡고

밥도 안 먹을 테다

또도 내버려둘 테다

물방울만 삼키고 삼키고

야단법석 그 사랑 하나 완성해버릴까

 

 

*시집, 꽃의 좌표, 현대시학

 

 

 

 

 

 

조연 - 한영수


돌 하나가 날아왔다 무엇을 바로 보자는 걸까

왼손 안에 꼭 쥐어졌고 그만한 정도의 침묵이 심장을 눌렀다

처음에는 영화나 보자는 것이었다 장발장으로 오래 익숙한 이야기였다

조명이 밝아지고 해피엔딩에 안심해야 하는데
에포닌 생각이 생각을 키웠다 바리케이트 아래 핏물이 흐르고 갈 곳을 버린 노래가 주위를 맴돌았다

고흐보다는 동생 테오가 마리아보다는 부엌데기 마르다가 말하자면 진열대 뒷줄에서 시들어가는 시들의 무수한 시간이
돌무지처럼 서로를 괸 심장에

붉은 돌이 앉았다 말로는 다 못하겠다는 말을 들고

 

 

 

 

# 한영수 시인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2005년 최치원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1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케냐의 장미>, <꽃의 좌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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