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흘 - 한영수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끝나도 좋은가
그럴 때 매미는 운다
가까스로 뛰쳐나온 목소리
아프다, 소리친다 밉다, 외친다
나무껍질을 움켜쥔
여섯 개 발톱의 리듬으로
나야, 정말로 나야
한 열흘
말매미나 되어버릴까
조금 울다 마는 애매미는 싫다
반복은 지루하지,
중얼거리는 것이 습관인 참매미는 싫어
거짓말처럼 화려하게
색소란 색소는 탕진해버릴까
이파리 뒤 내가 만든 세상에서
안 보이는 세상을 붙잡고
밥도 안 먹을 테다
또도 내버려둘 테다
물방울만 삼키고 삼키고
야단법석 그 사랑 하나 완성해버릴까
*시집, 꽃의 좌표, 현대시학
조연 - 한영수
돌 하나가 날아왔다 무엇을 바로 보자는 걸까
왼손 안에 꼭 쥐어졌고 그만한 정도의 침묵이 심장을 눌렀다
처음에는 영화나 보자는 것이었다 장발장으로 오래 익숙한 이야기였다
조명이 밝아지고 해피엔딩에 안심해야 하는데
에포닌 생각이 생각을 키웠다 바리케이트 아래 핏물이 흐르고 갈 곳을 버린 노래가 주위를 맴돌았다
고흐보다는 동생 테오가 마리아보다는 부엌데기 마르다가 말하자면 진열대 뒷줄에서 시들어가는 시들의 무수한 시간이
돌무지처럼 서로를 괸 심장에
붉은 돌이 앉았다 말로는 다 못하겠다는 말을 들고
# 한영수 시인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2005년 최치원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1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케냐의 장미>, <꽃의 좌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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