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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여인숙 - 서규정

강변 여인숙 - 서규정 그냥 여기서 조금만 머물다 갈까 미루나무 잎이 불러서 왔느냐면 그렇다고 그러지 애늙은이처럼 채 피지도 않아 울 밑으로 비켜선 이 봉선화 꽃집 쥔 여자에게 등 떠밀려 들어선 방 금간 벽엔 어! 못, 옷걸이 못에 목이 박혀서야 둘러보면 온갖 잡념들이 꺼진 TV 씹다만 껌 붙여두었다 다시 떼어 씹는 껌 자리처럼 영 꿈자리가 얼룩덜룩 할 것만 같은 여인숙에 방을 얻어두고 나와 물기 하나 없이 돌아눕는 이 강변을 거닌다는 것이냐 구구절절 옳고 바른 소리로 끓던 강물 곁엔 궁둥이를 남기고 갈 오리는 오리 떼를 따라 어구적어구적 걷는다마는 그렇게 불러 젖혔어도 지금은 잊혀져 생각 안 나는 노래들이 부석부석 뼛가루처럼 스민 모래 위를 목이 막혀서 걷는다마는 노래가 강물이던 시절 나는 어느 구호를..

한줄 詩 2019.07.19

뭔가 해명해야 할 것 같은 4번 출구 - 서광일 시집

더운 날일수록 시집을 더 손에 잡게 된다. 누가 그랬던가.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고,, 책 읽는 계절이 따로 있을 리 없지만 내겐 여름이 책 읽는 계절이다. 꽃 피는 봄과 하늘 높은 가을엔 올해가 마지막일 것처럼 들로 산으로 쏘다니기 바쁘니 더욱 그렇다. 파란 출판사의 시집을 유심히 본다. 정확하게는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으로 이름이 길다. 신생 출판사인데 몇 개의 시집은 나와 코드가 맞아서 놓치면 아까울 정도다. 요즘 새로 생긴 여러 출판사에서 시집을 많이 낸다. 잘만 고르면 좋은 시집을 만날 수 있다. 드디어 까다로운 내 취향을 비껴가지 못한 시집을 만났다. 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시집이다. 보라색 표지에 담긴 시들이 하나도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밀도 있게 마음에 와 닿는다. 흔히 보라색이 귀족(..

네줄 冊 2019.07.18

아주 특별한 해부학 수업- 허한전

해부학 책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이렇게 흥미로우면서 감동적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대만 츠지 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는 허한전(何翰蓁) 교수다. 츠지대는 대만 중부지방에 위치한 화련에 있는 대학으로 역사는 길지 않으나 의과대학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저자와 그가 일하고 있는 대학의 한문 표기를 봤다. 대만의 한자가 중국 본토에서 쓰는 간체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한자와 비슷해서 읽기가 수월하다. 츠지대학(慈濟大學)에는 사랑으로 구제한다는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고 불교 냄새가 풍긴다. 츠지대학은 자제회(慈濟會)라는 불교재단이 설립한 학교로 대만 최고의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허한전 교수의 이름도 한문 풀이를 해보면 이름에서 사람의 성품을 읽을 수 있다. 좋은 책을 읽은 뒤가 이렇게 대학에서 저자..

네줄 冊 201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