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사람아, 이쯤서 - 김윤배

사람아, 이쯤서 - 김윤배 눈이 내렸던가 아득하다 아득히 눈이라도 내렸던가 십년도 더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던가 흰 뼈마디를 풀자면 눈이라도 내려 쌓여야 하는 것인가 앙다문 뼈마디에 꽃잎이라니 오지 않은 꽃잎으로 입춘도 며칠 지나 실없이 웃음 헤퍼지는 뼈마디, 오지 않은 꽃잎 맞이하자면 십년도 더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라도 내려야 하는 것인가 뼈로 뼈를 채우던 긴긴 계절 눈이라도 오라 울었던가 그리하여 이제 경칩 가까이 바람조차 푸수수 가슴 헤쳐놓는 날 그 뼈마디들 완강한 침묵을 내려놓는다 하면 눈이라도 십년도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라도 저 낡은 뼈마디마다 내려 쌓여야 하는 것인가 사람아! 이쯤서 내 뼈마디 풀어야 하는 것인가 *시집, 바람의 등을 보았다, 창비 내 몸의 중간숙주 - 김윤배 나는 날아가는 앵무..

한줄 詩 2015.02.16

벼랑의 나무 - 안상학

벼랑의 나무 - 안상학 숱한 봄 꽃잎 떨궈 깊이도 쟀다 하 많은 가을 마른 잎 날려 가는 곳도 알았다 머리도 풀어헤쳤고 그 어느 손도 다 뿌리쳤으니 사뿐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신발만 벗으면 홀가분해질 것이다 *시집,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실천문학사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

한줄 詩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