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풍선인형 - 손택수

풍선인형 - 손택수 나는 거리의 춤꾼 잔칫집이 있으면 어디서나 춤을 추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껑청한 키로 나른한 허공을 마구 붐비게 해주지 이벤트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허리를 꺾었다 폈다, 어깨를 끝없이 출렁여대지 한번은 허수아비 대신 논가에서 춤으로 새들을 쫓기도 했어 뽑아서는 안 될 시장을 위해 선거 홍보를 하기도 했지 나는 거리의 춤꾼 몸속으로 쏴 바람이 들어오면 구겨진 몸을 펴 올리며 우쭐우쭐 일어서지 바람으로 단련된 이 팽팽한 근육을 좀 봐 내 몸속엔 아마 잔칫집들을 찾아다니며 타령을 하던 각설이의 피가 흐르나 봐 지하철에서, 여관에서, 노래방에서 24시간 환하게 불을 켠 비상구 표시등 위의 사람처럼 온 도시에 춤꾼들이 우글거리지 달리고 달려보지만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는 비상구..

한줄 詩 201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