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불행 - 박지웅 당신이 보내준 절벽 잘 받았어요 어떤 편지는 아찔하거든요 특히 마지막 줄은 기막히게 좋았어요 그 끝에 부들거리며 서 있다 밑으로 고꾸라지는 꿈을 꾸게 되었거든요 그곳에서 누군가 바위로 눌러놓은 봄을 보았어요 동고비 한 마리 깃 비비고 간 그늘에서 천둥소리가 태어나고 그 찢어진 틈으로 빗줄기들을 수레에 싣고 서쪽으로 다 옮기면 장마가 끝나겠지요 청춘은 성냥개비 같은 어깨를 가졌지요 스치는 대로 불이 붙는 곳이었지요 손짓 한번 조심스럽던 날들 이토록 감싸는 건 내게 당신이라는 훌륭한 불행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서쪽을 다 지나온 절벽들이 멈추어 선 곳 찢어 날린 편지가 저녁이 되건 눈보라가 되건 나는 몰라요 *시집/ 나비가면/ 문학동네 가끔 타지 않은 편지가 - 박지웅 산 자들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