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라는 세상 - 이윤설 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눈은 퍼붓고 쌓이고 나는 얼굴을 바꾸지 못한 지 오래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지 오래 베개가 내 얼굴을 반쯤 파묻어버리도록 나는 사랑하지도 않는 당신이 내 생각을 하는 걸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은 지 오래 침대는 네 다리로 서 있거나 버티고 있거나 내 생각을 하지 않은 지 오래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의 숫자만큼 눈이 내리고 고드름처럼 얼어붙어가는 나의 침대는 삐걱이고 다시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말들이 쏟아지고 퍼붓고 아우성치고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동안 나는 당신이 되어왔다는 걸 모르지 않은 지 오래 우리는 한밤중에 깨어나 당황하며 모르는 척 눈을 감은 체 발을 숨기고 속눈썹을 떤다 누가 지금 당신 생각을 하는가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