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 허림
마루 밑 - 허림 마루 밑, 누렁이가 새끼 낳으러 들어가기도 하고 쥐약 먹은 누렁이 거품 물고 뻘건 눈 부라리며 서서히 죽어가던 마루 밑, 햇살이 닿지 않아 더 어둡고 서늘하고 왼손잡이 할아버지 꾸불꾸불한 지팡이와 고집 센 검정 소 목덜미에 얹었던 멍에 삐딱하게 떠받고 있는 마루 밑, 허물 같은 생의 거처는 남아있는가 뭉툭한 호미 날이나 부러지고 이 빠진 낫 모질뱅이 숟가락 깨진 대접 볼펜에 끼워 쓰던 몽당연필 눈알 같은 유리구슬 국어 책 겉장으로 접은 딱지 몸통뿐인 기타 무궁화 꽃이 선명한 1원짜리 하얀 동전 어머니한테 대들다가 떨어진 것 같은 단추 빠져 들어간 마루 밑, 먹구렁이 울음 웅숭깊은 어떤 기억 *시집, 노을강에서 재즈를 듣다, 황금알 굴뚝 - 허림 마른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보면 왠지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