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新川) - 안상학 어둡구나 어둠의 시절과 더불어 썩어 흐르는 신천 우리들의 캄캄한 그리움은 어디로 흐르는 것이냐 강변 언덕배기 포장마차에서 지친 노동의 하루를 달래고 기름때 낀 손을 조아려 담배불을 나누면 우리들의 그리움은 흘러 무엇을 이룬다냐 쓸쓸히 헤어져 돌아와 누운 산동네 하꼬방에 번지는 쥐오줌 애인이 흘리고 간 사랑의 흔적처럼 벽에 거꾸로 매어달린 채 야위어가는 무수한 안개꽃 같은 슬픔의 파편들이 젖은 눈길에 박혀든다, 우리들의 여가는 밥과 잠을 위한 시간일 뿐 밤낮 없이 형광등 불빛 아래 부나비처럼 모여 일만 하는 벌레무리 살아흐른다는 것은 이렇게 서럽기만 한 것이다냐 썩은 물만 흐르는 신천 저 깊은 어둠의 중심을 향하여 슬픔의 젖은 파편들을 뽑아 던진다 파편들은 단단한 돌멩이로 날아가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