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때 - 임곤택
적당한 때 - 임곤택 춤추며 손목 끌던 것들 끝내 나를 버리는가 어떤 생각은 가시가 되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커다랗게 몸을 부풀린 작은 것의 몸집 시들 것은 꼭 그렇게 시드는데 저녁을 부르면 겁먹은 짐승 한 마리 온다 선인장을 기를 때처럼, 물을 주거나 버려두거나 무엇을 기다린다면 정류장은 무관한 버스들로 꽉 차고 손가락을 명주에 감싸 불태운 사람을 안다 적당한 봄비었는지 그렇게 저녁을 기다린다고 말하면 무서운 짐승 한 마리 온다 송곳니와 빳빳한 눈썹 세워 으르렁거린다 거기 엉긴 적의와 꽃잎들을 나는 하나씩 떼어내야 하는가 배고를 때 허기, 라고 잘라 말하기 망설인다 그렇게 별말 없이 열 번 이상 손가락을 불태우고 선인장을 기르고 다가오는 사랑은 끝내 지켜보고 *시집, 너는 나와 모르는 저녁, 문예중앙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