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당대의 가치 - 전대호

마루안 2018. 7. 30. 20:01

 

 

당대의 가치 - 전대호

 

 

그들이 이전 세대에 반기를 들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대부분

반성 없이 앵무새처럼.

그러나 잘 들어라

그들은 항상 당대에 반발했다

 

그대는 어디에 칼을 겨누고 있는가?

죽은 아버지들의 무덤인가,

잔치 때마다 동원되는

전범(戰犯)들의 시체인가

 

항상 당대에 반발했던 이들에 대해

사람들이 이전 세대를 운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전에나 지금에나 사람들은

싸우는 자의 편이 아니니까.

 

 

*시집, 성찰, 민음사

 

 

 

 

 

 

소년과 돌 - 전대호

 

 

날마다 거기 나가 그것을 보면서

소년은 기록했다

그것이 놓여 있는 위치

그것의 모양

그것의 움직임

아니 그러나 소년은 한번도

그것이 움직이는 걸 보지 못했다

 

평지를 구르는 굴렁쇠처럼

여러 날과 여러 해가 지나고

또 그냥 지날 듯 다가온 어느 날

소년은 거기 나갔다 와서

그때까지의 모든 기록을 불태웠다

그리고 소년은 마지막으로 적는다

살아 있었다

 

거기에서 그것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 전대호 시인은 1969년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성찰>, <가끔 중세를 꿈꾼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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