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장씨 - 이강산 -六場3 시장통 빠져나가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오늘도 한 바퀴 돌고서야 해 떨어졌다 다섯 갠가 여섯 개 좀약 팔았고 장꾼들 틈바구니 멀찍이 막국수 한 그릇에 허기만 채웠다 참빗이며 좀약 바늘쌈 좌판을 끌며 서른 살도 넘겼으니 벌써 한평생 없는 다리 대신 두 팔로 기어다니다 보면 생선골목 채소전 상포사 순대집 장터 사람들 모두 밥 대신 막국수로 살아가고 있구나 좌판 곁에 쭈그리고 앉아 나처럼 다리 대신 팔로 살아가는구나 좋다는 오일장 두루 돌아 파장 무렵 돌아갈 때면 나처럼 눈물 대신 흘러간 뽕짝도 쏟는구나 아랫도리의 고무튜브를 쿡쿡 찔러오는 한기에 떨다 보면 알겠구나 이백 원 삼백 원 남기는 기쁨으로 장터에서 한평생 늙어가는 사람들 시장바닥을 기다 보면 알겠구나 *시집, 세상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