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막은 젖었거나 슬프다 - 김이하 올 여름, 장마의 긴 그림자 속에서 하여간 끊이지 않는 소릴 들었다 그것은 저주파의, 너무 굵고 커서 귓바퀴에는 들어올 수 없는 그런 소리였는데, 젖은 가죽을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 강이 물고기를 모는 소리도 같았다 혹은 나무가 뿌리를 들어 이파리를 건드리거나 내장이 기어 나와 목을 조이거나 나는, 그치지 않는 빗속에서 종일 귀를 팠고 귀에선 피가 나도 귀지가 잡히지 않는 이런 상스런 하루하루를 보냈다 면봉으로 아무리 귀를 닦아내도 비위를 건드리는 소리는 건져지지 않았다 나를 비웃었던 당신의 긴 울림이 거기 남아 썩어 문드러져 곰팡이나 키웠을 것인가 하여간, 하여간 나는 어둠 깊어도 잠들 수 없었고 밤새 내 귀에 숨어든 소리의 정체를 찾다 빗방울을 헤며 잠들었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