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 윤일현 늦은 귀가 시간 홀로 찾아간 강변 요양 병원 아흔셋의 어머니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이미 이승과 단절된 눈빛이 강물과 노니는 달빛처럼 평안하다 그 무념무상이 차라리 부럽다 *시집/ 낙동강이고 세월이고 나입니다/ 시와반시 욕창 - 윤일현 여름이 다가오자 아버지의 욕창은 만개한 꽃처럼 절정에 달했다 날이 더워질수록 흘러내리는 진물에선 술과 마늘 썩는 냄새가 났고 개장국 비린내와 풍년초 댓진 냄새가 났다. 밀폐된 아파트 그 창틈을 용케 비집고 들어온 떠돌이 바람이 흐물거리는 상처를 핥아주면 바람처럼 살아 온 아버지의 어두운 분신들이 구멍난 피부를 통해 바람과 은밀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고 아버지의 목에서 가래가 끓을 때마다 헐벗은 내 유년의 허기진 숨소리 화투 소리, 고향 장터 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