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겨울 - 조항록
회전목마, 겨울 - 조항록 아무도 타지 않은 회전목마가 서 있다 햐얀 콧김 뿜으며 달리고 싶은데 두근거리며 담담해지며 돌고 돌아 제자리이고 싶은데 좋은 날은 갔나 봐 어쩌면 영영 쇠처럼 굳고 단단할수록 뼛속 깊이 출렁거리는 것이 있다 적멸의 시간 그게 다 얼어 이렇게 차가운데 누가 손을 내밀면 앙상해진 갈기가 움츠려드는데 내달리지 못하는 다리는 말뚝인가 봐 어디로 달아나지도 못하게 하는 저물녘 빈 둥지가 된 안장에 석양이 결가부좌를 튼다 형체는 없으되 무거운 것이 올올하다 그럴 수 있다면 옛날을 버려 돌아눕고 싶은가 봐 슬쩍 혀를 깨문다 *시집, 눈 한번 감았다 뜰까, 문학수첩 새해맞이 - 조항록 먼지를 털어내고 유성기판을 한번 돌려보자는 것이다 만날 분명한 것이 지겨워 뽕짝 한번 구슬피 뽑아보자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