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슬픔은 양생 중이다 - 김남권

슬픔은 양생 중이다 - 김남권 발신인이 없는 눈물을 받았다 바람 같은 전파를 타고 왔는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체화된 적 없는 직선이 내리고 있다 살갗이 젖는 속도보다 가슴이 젖는 속도로 시간이 산화하는 동안 백발의 포물선이 수평의 하늘을 건너와 숨을 거둔다 변산의 노을 속에서 마지막 사랑이 걸어 나왔다 피 흘리던 낡은 심장은 멈추고 갯벌을 집어삼킨 바람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눈물을 훔쳐 왔다는 김씨 가문의 오래된 비밀을 알고 있는 5대 종부 이씨 부인은 골방 신줏단지 항아리를 꺼내 부수고 말았다 방 안 가득 눈물이 번졌다 벌써 오십 년 전의 일이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사내가 가을 우체부를 통해 배달된 소포 상자를 뜯었다 오십 년 전에 발..

한줄 詩 20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