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의 기억 - 이철수
옛집의 기억 - 이철수 군불을 지피는 저녁, 흙집 아궁이에는 그을음 앉은 누대의 입들이 시뻘건 불덩이를 물고 있었네 그 완강한 불의 혀를 악물고 버팅기던 뼈마디들 홍보석 다비를 입회 하듯, 화엄의 후림불 앞 버언해진 궁핍의 입구에 앉아서 부지깽이 같은 알몸으로 맥없이 뒤적이는 불씨 속에는 낫처럼 야부로시 돌아나가지 못한 허공의 어둔 골목들이 있어 몽우리진 마음의 빈 노적가리를 둥글게 돌다돌다 지치면 긴 방죽길 오래 걸어서 붉은 달을 굴리며 몇 번씩 헛배를 채우던 바람의 씨앗들 멍석 깔린 골방 갈라진 흙벽 틈새로 스몃스몃 피어오르던 헛헛한 연기들은 어느 물길 잃은 어족의 상한 지느러미일까, 무명(無明)의 시간을 유영하며 지상에 발 딛지 못하는 모르피나비처럼 아픈, 저 허공의 춤사위 어둠보다 더 깊은 목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