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왼손에 대한 보고서 - 한관식

왼손에 대한 보고서 (하나) - 한관식 진눈깨비 오는 어느 날 가위질 소리 잘강잘강 마을 안에 부려놓고 목에 걸친 끈이 지탱하는 엿판을 가슴께에 얹어 어깨춤까지 합세하면 그대로 광대더라 개똥이 짱구 칠칠이 오줌싸개 죄다 불러 모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엿판이 바닥을 보일 때 피맺힌 절규를 쏟아낸다 -내 다리 내놔라! 그때 엿장수 한쪽 다리는 의족이더라 빗살무늬 유리로 된 욕실 안으로 나를 접는다 그녀를 모텔로 기막히게 데려오기까지 한 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 혹시 사탕발림이 안 먹히지 않을까 다각도의 노하우로 방문 손잡이를 돌릴 그 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기회는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잠깐, 방심한 나를 욕실 문 그림자로 본 그녀는 기겁을 해 소리친다 -어머나, 가짜 팔이네! 그..

한줄 詩 2019.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