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내일의 운세 - 서화성

마루안 2020. 1. 20. 21:50

 

 

내일의 운세 - 서화성

 

 

지금까지 걸었던 야채시장 골목에서

삼거리 팔도실비집은 고전처럼 남는다

 

그만하면 색시하거나 반질했으며

또한 그렇게,

 

비가 내리는 정류장은 우산에 젖었을까

 

길을 가다가 웅덩이에 빠지거나

삼거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거나

현기증과 졸음이 심해지면 운명산부인과에 간다

 

때로는 관절염과 방치해 둔 치통이라는

거리의 지문들

 

앞서간 사람을 지우며 지문을 지운다

 

상갓집은 기억을 지울 수 있어 좋다고

밑창이 닮을수록 오늘을 알 수 있다고

 

잘 쓰진 글씨처럼 세상을 떠난 얼굴이다

 

 

*시집/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산지니

 

 

 

 

 

 

오늘과 하루 - 서화성

 

 

하루가 멀다는 생각과 오늘을 생각한다

하루를 견디다가 받지 않는 전화를 찾는다

 

오늘은 잘 보내고 하루는 괜찮았나요

 

신문을 보다가 다른 세상에서 이력서를 쓴다

내가 사라지는 세상과 부질없이 내일을 생각하다가

하루와 남은 오늘을 견디며 자장면을 비빈다

 

얼마쯤 지나면 종점이 올까,

몇 사람을 만나고 몇 번의 침묵이 흘러야 하는지

 

두더지처럼 이불을 덮고

어제와 하루가 잘 있었나요, 그러면 그럼요

오늘과 다른 오늘이 고개를 들고 들어오겠지

 

하하 호호, 다른 오늘은 어떻게 견디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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