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이 시집과 함께 했다. 일 나가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 달래듯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전철에서 한두 편씩 읽는 맛이 쏠쏠했다. 흔히들 요즘 유행하는 달착지근한 시는 아니다. SNS에 들불처럼 유행하는 뽀시시한 짧은 문장은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은 있을지 몰라도 공허한 갈증은 심해진다. 시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세상에 시집은 넘쳐나도 읽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일까. 시집은 시인들끼리 자체적으로 소비를 한다. 일종의 시집계 내수 경제인데 시집을 내면 서로 기증하는 관행이다. 마치 경조사 부조목록처럼 저번에 받았으니 이번엔 보내야 하는 약속 같은 것이 시인들끼리 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인맥이라고 기증 시집을 많이 받는 시인이 마치 실력 있고 잘 나가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