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청년 흙밥 보고서 - 변진경

마루안 2019. 2. 17. 19:41

 

 

 

이 책은 아주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시사IN 변진경 기자의 치열한 취재기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맨 처음 등장하는 김은지 기자도 있듯이 시사인은 좋은 기자들이 일하고 있는 참 좋은 주간지다. 이 잡지를 읽어보면 얼마나 우리 삶과 밀접한 생명력 있는 내용인지를 실감한다.

흙밥, 흙수저 등 언제부턴가 흙이 들어간 단어가 생겼다. 부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그로 인한 빈부 격차에서 생기는 차이를 나타내는 수치로 정착하게 되었다. 아파트와 빌라의 집값 차이로 인해 초등학생끼리도 차별을 두어 친구를 맺는다는 기사를 봤다. 조만간 흙집이라는 단어가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고급차와 경차의 차이를 빗대 흙차가 나올지도 모르고,,,,

이 책에는 암담한 청년의 현실을 파헤친 진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제목이 흙밥 보고서라 해서 먹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물론 가난한 청년들이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김밥이나 값싼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현실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흙밥의 연장선은 청년의 건강을 해치는 음식에서 주거, 취업난으로 인한 장기간의 수입 공백과 수도권 아닌 지방의 소멸까지 연결된다. 경제든 문화든 대도시로의 쏠림 현상은 그렇지 않아도 노인들만 사는 농촌 지역을 더욱 늙게 만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다 대기업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임금 때문에 청년들의 입사를 망설이게 한다. 궂은 일 하기 싫어하는 청년들만을 무조건 탓하기엔 중소기업의 노동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청년은 몇 살을 말하는 걸까. 이 책에서는 정부 정책에서 청년에게 혜택을 주면서 15세에서 29세까지를 청년으로 정의했단다. 문제는 대학 졸업 후에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고 여전히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서른을 넘긴 사람들이다. 장기간 실패한 것도 억울한데 혜택에서도 제외 되니 삼십대 취준생들의 불만이 많다고 한다.

모든 청책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그러나 흙밥을 먹으며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희망마저 빼았으면 안된다. 과연 이 난국에서 벗어날 가망은 없는 것인가.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이 공격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왜 그 정책이 필요한가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비록 그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빈부 격차를 줄이는데 보탬은 되지 않겠는가. 가난에 붙는 이자는 흙밥이 아니라 소득 격차에서 온다. 소박한 경쟁이 소중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