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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 - 찔레꽃

엄마 일 가는 길엔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아프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 기럭 기러기 날아 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아 갑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시골집 뒷산 길이 어두워 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두줄 音 2017.05.16

대리사회 - 김민섭

어쩌다 대학 강단에 섰던 젊은 교수가 대리운전을 시작했을까. 책 입구에서 그 이유를 절절하게 밝히는 대목에 공감이 갔다. 많은 정보로부터 대학 강의 절반을 담담하는 시간 강사들이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에 고통 받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번 정교수가 되면 정년까지 보장이 되는 철밥통을 소유할 수 있기에 교수에 목을 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어느 분야든 들여다 보면 불합리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에 교수 사회라고 공정하기만 하겠는가. 존경 받는 교수도 있지만 철밥통을 믿고 연구를 게을리하는 함량미달의 교수가 부지기수다. 대리기사를 하면서 저자는 깨닫는다. 이 사회가 많은 부분에서 남의 운전석에 앉아 있다는 것을,,,, 돈만 주면 술 취한 자신을 대신해 집앞까지 편안히 차를 주차해 주는 대리기사는 우리 사..

네줄 冊 2017.05.16

아름다운 독선(獨善) - 서정춘

아름다운 독선(獨善) - 서정춘 그러니까, 나의 아름다운 봄밤은 저수지가 말한다 좀생이 잔별들이 저수지로 내려와 물 뜨는 소리에 귀를 적셔보는 일 그 다음은, 별빛에 홀린 듯 홀린 듯 물뱀 한 마리가 물금 치고 줄금 치고 一行詩 한 줄처럼 나그네 길 가는 것 저것이, 몸이 구불구불 징한 것이 저렇게 날금 같은 직선을 만든다는 생각 그래서는 물금줄금 직선만 아직 내 것이라는 것 오 내 새끼, 아름다운 직선은 독선의 뱀새끼라는 것 *시집, 귀, 시와시학사 봄밤 - 서정춘 어렵사리, 나는야 조랑말을 부리는 말집 큰말집 아들이었지러 어느 봄날 실비 그치고 일없는 해질녘 윗말집 아랫말집 또 작은말집 어른들은 고의춤에 손 넣고 우리집 바깥 측간이 딸린 마굿간 옆을 오종종 앉아서 탱탱한 가짓빛 말좆 세우느라 그 눈빛..

한줄 詩 201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