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전부인 - 박용하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전부인 - 박용하 그런 것들을 사랑하리 서울에서의 삶은 환상도, 장밋빛 희망도, 모욕도, 환멸도 개똥도 아무것도 아니다 아닌 것들을 사랑하리..... 이미 한 살 때 어쩌면 더 오래 된 슬픔의 옛날인 내 추억의 폭풍우와 바다인 감히 백 살 때 나는 인생이 빛도 어둠도, 눈물겨운 휴가도 정말이지 눈물겹게 말린 김밥도 소풍가는 도시락도, 너도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전부인 삶의 이슬임을 알았다 아닌 것들을 지독하게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사랑하리..... 서울에서의 삶은 나무도, 나무를 생각하지 않는 자동차도 굴러가는 쓰레기도, 남창도, 탁자도 아무것도 아니다 아닌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 너무도 많이 흘러가버린 시간의 햇살과 나이의 자갈밭에서..... *시집,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