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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개화 예상도를 보며 - 손택수

벚꽃 개화 예상도를 보며 - 손택수 서귀포에 벚꽃이 피는 건 3월 17일, 어머니 사시는 부산 이기대 바다는 23일이다 이기대 언덕에서 수목장을 한 아버지의 벚나무는 예상대로라면 그날 피어날 것이다 바다를 건너오는 데 무려 일주일이나 걸리다니, 벚나무는 동력선이 아니라 옛날 방식대로 돛단배를 타고 오나보다 그 일주일 동안 어머니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겠지 이제나저제나 벚나무에 상륙할 꽃들을 기다리고 있겠지 세상에는 꽃의 속도로 잊어야 할 것들이 있어서, 꽃의 속도가 아니면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창비 대꽃 - 손택수 꽃을 참는다 다들 피우고 싶어 안달인 꽃을 아무 때나 팔아먹지 않는다 참고 있는 꽃이 꽃을 더 예민하게 한다면 피골이 상..

한줄 詩 2017.04.11

복사꽃 그녀 - 손진은

복사꽃 그녀 - 손진은 동풍이 팔랑거리는 그녀 치맛단 들어올리자 저 가려운 구릉, 골짜기는 온통 분홍살로 흐벅지다 오살할 년, 가슴팍을 향기의 칼날로 찍었나 천만 개의 입술로 핥았나 내 사내 풀린 눈동자는 분홍물살 보조개에 사정없이 휩쓸리는 중이다 햇살이 능선과 골짜기 다 훑어도 잡아챌 수 없는 화냥끼는 언제 맑은 그늘이 될까 싶잖은 처녀처럼 깊다 더욱 봄비가 저 살들의 다정(多情)을 돋굴 때 채곡채곡 물 재우다 비안개를 거느리다 구름그늘이라도 그 살에 쓸릴라치면 내 사내의 날 온통 갉아먹는 거다 오매 환장할 것, 환장할 것 내 사내 얼굴 목에도 바짓가랑이에도 마구 올라타 닝닝거리는 분냄새 그 보조개 물살로 웃어쌓는데, 어허 언제나 내 쪽은 소란하고 저쪽은 맑은 거다 어떤 아낙의 사주를 받은 늦바람이 단..

한줄 詩 2017.04.10

할배의 탄생 - 최현숙

이 책은 두 노인의 인생을 말하고 있다. 초등학교 겨우 나온 저학력에다 평생 육체 노동으로 세상을 떠돌며 밥벌이를 한 육체 노동자 이야기다. 노인들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노인이 구술한 것을 저자 최현숙이 구술을 다듬어 문장으로 옮긴 것이다. 이런 책은 저자에 먼저 관심이 간다. 책 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는 이렇다. 사춘기와 함께 시작된 천형 같던 액취증은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갖게 해준 선물이었다. 아버지와 싸우며 모든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의심을 품을 수 있었다. 나침반 없는 방황과 혼돈의 와중에 아버지의 집을 떠났다. 결혼을 통해 가난으로 들어섰고, 예수와 충돌하며 가난을 선택했다. 여성과 사랑하며 더 큰 자유를 얻었다. 결혼과 출산 뒤 신앙적 고민 속에 1987년 천주교 사회운동을 시작으로 운동권..

네줄 冊 201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