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의자, 작별 인사 - 박판식
안락의자, 작별 인사 - 박판식 어깨가 잘리는 꿈을 꾸었다, 울어야 하기 때문에 여자는 종교를 믿는다고 했다 반미치광이 여자는 할인점에서 우산을 접었다 펼쳤다 하고 석조 건물이 눈보다도 더 반짝거렸다 벚꽃보다는 사쿠라라고 발음할 때, 그는 지난날들을 더 믿을 수 있었다 아름답고 순진한 소년을 사쿠라라고 하면 안 되나 재봉사인 그는 사랑의 감정이 나일론 실과 같다고 믿었다 파업에 동의한 대가로 그는 직장을 잃었다 목적도 없이 불 꺼진 거리를 왔다 갔다 했다 뒤틀어진 빵처럼 개울은 딱딱했다 비뇨기과 질병과 신경통이 그를 괴롭혔다 교외의 하늘은 날카롭지 않아 좋았다 훤하게 밝아오는 도봉산, 산타 루치아를 부르면서 저 다리를 건너도록 하자 우울증도 때로는 타락이다 개울은 지식의 천사처럼 그에게 새삼 고독을 깨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