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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살고 싶다 - 김경주 르포 에세이

김경주 시인의 단촐한 산문집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오랜 기간 사람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세상 사는 이야기다. 내가 르포 에세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철학을 전공한 시인은 본업인 시를 비롯해 다방면에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예술가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시인이 되었지만 극작가와 포에트리 슬램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보통 책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사회에서 성공한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내가 이 책에 확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평소에도 결혼식장이나 칠순 잔치 참석보다 장례식장을 챙길려고 하고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 더 관심이 있다. 는 제목처럼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임시직이거나 비정규직이다. 중국집 배달원, 큰 인형을 뒤집어 쓰고..

네줄 冊 2017.09.11

층간 소음 - 전성호

층간 소음 - 전성호 지붕 위에 지붕 위층에서 팬티 바람으로 세수하고 아래층에서 속옷 갈아입고 조간신문 읽는다 식사를 하고 아래층에서 똥은 눈다 베란다 유리창마다 번들거리는 햇살 사이 진공청소기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피아노 두들기는 소리 불협화음도 화음인가 엇물리는 사소한 것들이 칼부림하는 저녁 청국장 끓이는 냄새가 계단을 타고 오를 때쯤 똥개가 짖어대고 노부부가 커튼을 연다 밤이면 구름 깃에 묻힌 달 팔뚝을 빤 모기가 집집의 장딴지를 공격하러 간다고 소식을 전해 올린다. *시집,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 실천문학사 솜방망이 꽃 - 전성호 어린이 놀이터 풀숲 들여다보지 않아도, 아침이면 할아비 손에 엉깃엉깃 끌려온 진돗개 굽은 허리로 배설 마친 뒤에야 하루가 일어선다 아이들 맞을 빈 모래판 깨작거..

한줄 詩 2017.07.30

여름 날의 옆 동네

장마가 왔던가. 아니 잠깐 소강 상태다. 옆 동네를 잠시 걷는다. 그래 봤자 걸어서 15분 거리다. 익숙해서, 아니 낯설지 않아서 편안하다. 골목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인사를 건네고 싶은 정겨움이 묻어 있다. 이 동네는 아직도 반지하 방이 있다. 아파트에 살기엔 아직 가난하다. 아직 가난함이 아주 가난함으로 굳어질지 모른다. 그래도 저 꽃들 앞에서 희망을 기른다. 장마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빨래걸이가 골목으로 나왔다. 진정한 행복지수가 보인다. 여기 사람이 산다. 아주 인간적으로,,

다섯 景 2017.07.14

지연된 정의 - 박상규, 박준영

소설보다 더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다. 언젠가부터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거짓말 잘 하는 소설가의 그럴듯한 지어내기에 불과한 것에 시간을 쪼개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예전에는 도스토옙스키와 조정래의 소설을 밤늦도록 읽기도 했었다. 읽어야지 하면서 미룬 책들이 너무 많아 소설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 죽기살기로 책 읽기에 매달릴 생각도 없지만 멍때리면서 양지뜸에서 햇볕 쪼일 여유 또한 없다. 하루가 너무 짧아 무료할 시간이 없다는 것,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 제목부터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오마이 뉴스 기자였던 박상규와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이 함께 진행한 재심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그들이 진행한 과정도 흥미롭지만 소설가 뺨 칠 정도로 박상규의 찰진 글 솜씨가 인상적이다. 이따금 교수라는..

네줄 冊 2017.07.07

대흥동의 유물을 찾아서

노고산동, 대흥동은 서울 부도심 신촌에 있지만 아직 시골 냄새가 나는 동네다. 이따금 산책 삼아 이 골목을 걷는다. 노고산 아래로 형성된 가파른 동네라 계단이 많다. 이곳도 개발의 광풍을 빗겨가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집을 허물기 시작한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지우고 거대한 성냥갑들이 칸칸이 올라설 것이다. 목욕탕이 있던 골목부터 없어졌다. 이 동네는 내 마음 속에 오래 유물로 남아 있을 테지만 사라진 골목 풍경이 아쉽다. 용케(?) 살아 남은 집도 있다. 조만간 옆 동네에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서면 이 집은 그늘이 질 것이다.

여섯 行 2017.07.07

노무현입니다 - 이창재

정치인 노무현의 인간적인 모습을 날것 그대로 담고 있는 영화다. 영화는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버리고 지역 구도를 깨겠다는 신념으로 부산으로 내려가는 데부터 시작한다. 종로에서 다시 출마하면 당선은 따논 당상인데 꿀밭을 버리고 가시밭길로 간 것이다. 이때부터 바보 노무현이라는 호칭이 시작된다. 그의 뚝심과 진정성을 사랑하는 사람도 생긴다. 떡고물 바라고 돕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에서 그를 지지하는 모임 노사모의 시작이다. 2002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된다. 영화는 시종 노무현 정치 활동 당시의 오래된 자료 영상과 교차해서 여러 사람의 회고담 인터뷰가 나온다. 유시민, 강원국, 이광재, 조기숙, 최영 등 노대통령 측근이었던 사람들이다. 특히 노무현 변호사 시절부터 감시를 했던 국정원 요원..

세줄 映 2017.07.02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 정성기

아주 평범한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지만 내용은 심각하다. 예순 다섯 할아버지가 아흔 둘 어머니를 위해 차린 밥상 이야기다. 여기까지는 심각하게 들리지 않지만 치매에 걸린 구순 어머니를 칠순을 앞둔 아들이 어머니를 돌보면서 만들었던 음식이야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라는 부제도 참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책 내용은 날로 악화되는 어머니의 치매 증상과 싸우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고통스런 일도 남의 이야기는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 법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인내심에 감탄을 했다. 저자는 책에서 어머니를 징글맘으로 부른다. 싱글맘의 노인 버전이라 할까. 어머니는 다섯 자식을 키웠고 남편을 먼저 떠나 보냈다. 저자 또한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직접 돌보기로 한 것은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임종도 없이 세상을 ..

네줄 冊 201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