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 이은심
가을비 - 이은심 하필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이름만 중얼거린다 오후 세시에 불려나온 그대는 젖은 꽃잎 위에 아슬히 서 있다 이름 모를 마을에서 점심을 먹는다. 처음 들른 식당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끓여주는 국밥 한 그릇. 들여다볼수록 낯선 그 처음을 수저질하며 버즘나무 이파리가 큰 새처럼 떨어지던 가을을 생각한다. 한 번의 환희와 수십 개의 절망이 소리 높여 휘몰아치던 격정의 순간들을. 편두통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쳐버렸을 휘파람 같은 가을, 그 깊은 곳에 서서 이제 그대가 나의 그리움이 되면 안 되나. 실성한 사람 하나쯤 키우고 있을 법한 마을에서 그대가 나의 처음과 나중이 되면 안 되나. 오후 세시에 상벌(賞罰)처럼 가슴을 때리고 가는 입술 새파란 비 *시집, 오얏나무 아버지, 한국문연 가을 - 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