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다른 길이 있다 - 조창호

마루안 2017. 6. 3. 19:12

 

 

 

죽고 싶은 남녀가 있다. 이벤트 회사에서 도우미로 알바를 하는 여자는 집에 오면 지옥이다. 전신 불수로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의 시중을 들어야 하고 밤중에는 성욕에 굶주린 아버지의 시달림까지 받는다. 이제 희망이 없는 삶에 지쳤다.

 

남자는 어릴 때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가슴에 깊은 상처가 있다. 힘들게 살아 남아 경찰이 되었으나 천성이 여려 적응이 힘들다. 음주 운전에 걸린 트럭운전사가 면허가 정지되면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냥 보내준 트럭이 사고를 냈고 그 파장이 느슨한 단속을 한 자신에게 미친다. 우울증까지 겹쳐 남자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얼굴도 모르는 남녀가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채팅을 한다. 어떻게 죽을까요? 서로 의견을 맞춘 남녀가 함께 죽기로 약속을 잡는다. 어디로 죽을까요? 두 사람은 죽을 장소를 춘천으로 정한다. 죽기 위해 각자의 집을 나선 남녀는 춘천의 한 카페에서 스친다. 죽음을 담고 있는 표정을 서로 알아본 걸까? 이들에게 과연 다른 길이 생길까.

 

영화는 한없이 우울하다. 눈으로 덮힌 강원도의 설경을 배경으로 죽음을 작정한 두 사람의 여정에 깔린 음악까지 우울하다. 남녀의 겨울 여행은 마지막이 되어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길이 있다는 제목처럼 삶에는 참 많은 사연처럼 다른 길도 많다. 강원도가 고향인 조창호 감독은 많이 알려진 감독은 아니지만 영화적 재능은 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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