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마루안 2017. 6. 3. 19:09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 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시선집, 섬, 열림원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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