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봄날은 갔다 - 이성목

마루안 2017. 5. 30. 21:44



봄날은 갔다 - 이성목

 
 

울 수도 없을 만큼
눈부시게 그대 떠나서
이 울음 울컥 삼키고 나면
누가 알 것이냐.


꽃 둥글게 피어, 나는
조금도 아프지 않고
그립지도 않아. 기쁘게 우는
이 더부룩한 속내


잘 가거라. 한때
난...., 뼈아프게 행복했고
난...., 아무렇지도 않다.


눈물 그렁그렁해진
저 세월에 몸 뚝 떨구고 나면
다시는 건져지지 않을
분분했던 한 시절


그대 알 것이냐.
울 수도 없을 만큼
눈부시게
봄날은 갔다.



*시집, 남자를 주겠다, 모아드림

 







단체사진 - 이성목



나는 왜 늘 뒷줄에만 서 있었을까
누렇게 얼룩지고 빛 바랜 흑백사진
눈부시게 터뜨려 주던 플래시 불빛과
좀체 터지지 않던 억지웃음들이
그땐 어쩌면 이렇게도 어정쩡한 자세였는지
앞선 자들에게 얼굴 가려지고
청춘이 반쪽으로 남은 사내
얼마나 더 오래 뒤꿈치를 들고 견뎌야만 할까
세상의 뒷줄들은

 





# 이성목 시인 1962년 경북 선산 출생으로 제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남자를 주겠다>, <뜨거운 뿌리>, <노끈>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