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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당신 - 이영

평생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묵 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는 여자를 사랑한 여자였다. 속칭 바지씨다. 요즘이야 여성 동성애자를 레즈비언이라 말하지만 1945년 생으로 70대인 이묵에게 당시 그런 단어가 없었고 바지씨였다. 그는 여자라면 당연히 스물을 넘기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을 살아야 했지만 그런 삶을 거부하고 세상을 떠돌았다. 서울에서는 김승우로 고향에서는 이묵으로 살았다. 여자를 사랑했기에 남자 이름이다. 세상은 바지씨인 그를 불온시 했다. 영화는 이묵의 말년을 찾아 감독이 함께 생활하며 지난 날을 회고하는 장면과 성소수자가 겪는 현실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일본의 레즈비언 커플의 일상도 보여주고 퀴어 퍼레이드를 혐오하고 방해하는 보수 종교단체의 현실도 그대로 보여준다. 이묵..

세줄 映 2017.11.12

인연 서설 - 문병란

인연 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 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

한줄 詩 2017.11.12

시를 팝니다 - 詩장보기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경의선 숲길이 있다. 걸어서 10분이면 되기에 자주 걷는 길이다. 아우산 체육공원을 거쳐 헌책방 몇 군데 둘러보면서 경의선 숲길까지 돌아보는 산책길이다. 부정기적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걷는다. 숲길이라 해서 울창한 숲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녹지가 부족한 서울의 삭막한 도시공간에서 이런 장소는 소중하다. 경의선 책거리에 잠시 앉아 있으면 강아지 데리고 산택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시멘트 냄새가 가시지 않았지만 한 20년쯤 지나면 나무들도 울창해지고 그런대로 명소가 되지 않을까. 늘 생각하는 것이 서울에 10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오래된 곳이 많았으면 한다. 또 그런 것이 빛이 나는 시절이 왔으면 한다. 런던이나 파리에 500년..

여덟 通 2017.11.11

인간 존재의 의미 - 에드워드 윌슨

미국의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인문학이 흥미롭다. 금세기 최대의 지성이라는 말이 걸맞게 개미박사이면서 삶의 토대인 인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펼치고 있다. 대체 과학자인 사람이 언제 이런 생각을 길렀던 것일까. 가상의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인류로부터 배울 만한 것이 인문학이라는 말에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윌슨이 외계인에게도 자랑할 정도로 가치있다고 여길 만한 유일한 학문이 인문학이라면 외계인이 인정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읽을 일이다.

네줄 冊 2017.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