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746

종점식당 - 김명기 시집

오래 소장하고 싶은 시집 하나를 발견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집어든 시집이었는데 첫장부터 가슴이 시리도록 후비는 문장에 홀딱 빠지고 말았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석 달, 머리맡에 두고 틈이 날 적마다 내쳐 몇 편씩 읽다가, 어느 날은 아껴가면서 한 편씩 읽다가, 또 어느 날은 시 읽는 도중에 뿌연 안개 자욱한 창밖을 한동안 바라보곤 했다. 단언컨데 근래 읽은 아니 몇 년간에 읽은 시집 중에서 단연 앞자리에 놓는다. 거의 전 편을 이 블로그에 필사해 옮겨 놓고 싶을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시편이 없을 정도로 고른 작품성을 보이고 있다. 운 좋게 걸린 시집이 내 인생 시집이 된 경우다. 김명기 시인은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강원도 태백에서 성장했다. 울진과 태백은 경북과 강원도로 구분되지만 거의 근..

네줄 冊 2018.03.02

나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다 - 조찬용

나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다 - 조찬용 나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다 유목민을 꿈꾸었던 그 나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 말을 타거나 걷는 것이 유일했던 그 푸른 나라로 어머니를 부르던 게 아득하다 살아있는 것들로 축복을 쏘아 올린 어린 날을 생각하기엔 너무 먼 거리에 와 있다 너무 많은 것들로 불면의 밤이 늘고 어두운 시간은 기억에 묻힌 것들에 기대어 서성댄다 우리들의 밖은 기계들의 숲에서 만들어진 길로 언제부터인가 세상이 시들해져 버렸다 삶으로 배가 부르던 잠깐의 일도 해가 지고 밤이 드는 순간 시시하고 지루해져 버렸다 어느 날 아무런 낌새도 없이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일이 사는 일의 그림자가 돼 버렸다 숲과 사람이 사라지고 내가 걸어서 가야 할 마을이 사라져버린 지금, 애써 저녁의 성찬을..

한줄 詩 201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