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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은 아름답다 - 앤드루 조지

요즘 죽음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손이 가는 책이 그렇다. 또 읽고 나서도 절반이 넘는 책이 독후감 없이 그냥 넘어가는데 이 분야 책은 느낌을 쓰게 만든다. 그만큼 인상에 남는다는 얘기다. 유난히 살고 싶은 요즘이다. 이 책은 얼마전에 같은 제목의 전시장을 다녀오고 나서 읽게 되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스무 명의 환자 모습을 찍은 사진에다 그들과의 인터뷰와 편지를 담은 책이다. 전시회의 연장선이다. 책은 술술 읽혀서 금방 읽는다. 그럼에도 이곳에 느낌을 적는 것은 그들의 진솔한 편지글이 인상적이어서다. 이라는 중년 여성의 편지다. 무섭다. 혼자 있는 게 무섭고, 절망스럽고, 이제 다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싶다. ..

네줄 冊 2018.02.28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 허대석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래서 그 마지막 삶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가 문제다. 누구나 가능하면 편안하게 세상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 삶을 마감할 때 의식이 분명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이 이 문제다. 바로 연명의료에 관한 거다. 사람은 어제 장례식에 다녀왔어도 자신은 금방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 또한 닥치지 않으면 남의 얘기로 치부할 수 있다. 허대석 교수는 이 제도를 파헤쳤다. 올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옛날에는 환자가 의식이 없고 회복 가능성이 희박할 때 가족들은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장치를 제거해서 환자 치료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의사는 충..

네줄 冊 2018.02.27

이별, 그리고 그 이후의 어느 날 - 박남원

이별, 그리고 그 이후의 어느 날 - 박남원 그대 떠나고 그 이후의 어느 날에 그랬습니다. 내 생의 모든 날들이 그날의 자세만큼 늘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 비로소 나 이제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살아가는 사람의 만남이란 것이 때로는 까닯없는 기쁨이었다가도 헤어짐은 또 느닷없이 와서 억장으로 사무치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일일 것이겠으나 그대 속절없이 떠나보내고 나서 남은 내가 그대보다 더 괴로워 하고 그대보다 더 가슴시렸던 거라면 세상에 나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그것은 그나마 나의 자랑이었음을. 그리하여 그날 나는 그랬습니다. 내 생의 모든 날들이 그날의 자세만큼 늘 그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남을 울리기보다 내가 더 슬퍼했던 것으로 이후로도 나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습니다. *시집. 사랑의..

한줄 詩 2018.02.27

나에게는 용접이 필요하다 - 박순호

나에게는 용접이 필요하다 - 박순호 몹시도 몸서리치며 갈망하다가 쓰러진 혼절한 시간과 시간의 공간 그리움으로 비대해진 몸을 사르며 불똥으로 채워진다 그립다 못해 녹슬어버린 흉진 한의 그늘 불꽃으로 파헤쳐진 파란 물이 고이고 드디어 증발해버린 과거의 밑바닥 한 세상이 엮이는 순간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뜨겁게 달구어진 몸을 비비어 단단하게 덧붙여졌으면 누가 끊어진 나의 가슴을 지져다오 오늘만은 어느 한 켠 단단하게 덧붙여졌으면 *시집, 다시 신발끈을 묶고 싶다, 문학마을사 허! 그것 참 - 박순호 십이 층 정도쯤 될까 숲과 한적한 곳에 솟은 기둥들을 지나쳐 분주히 나뭇가지를 나른다 아파트 공사현장 비계 위 허! 그것 참 아파트보다 번저 둥지를 틀어 들어앉은 까치 맞은편 건물에서 혹은 십이 층 발코니에서 까치 ..

한줄 詩 2018.02.26

충무로에 갇히다 - 김태완

충무로에 갇히다 - 김태완 충무로 3가 지하철역 벽면을 채운 소음이 몸부림치는 여백 흘러간 포스터에서 지친 배우의 초상을 보는 것은 팔짝팔짝 뛰고 싶은 올챙이의 훗날처럼 아득하다는 생각. 종일 오가는 지하철 정해진 배차 간격처럼 지나친 반복으로 작아진 꿈, 꿈들이 만들어진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장관 막힌 환기구의 먼지로 보이는 착시 더 이상 볼 수 없는 시나리오가 되어 오늘도 뱅뱅뱅 외길 아닌 외길을 걷는 쓸쓸한 맹인처럼 더듬더듬 두드려 보며, 여기가 충무로가 아닐 거라는 생각. *시집, 마른 풀잎의 뚝심, 오늘의문학사 아주 먼 곳이었으면 - 김태완 더러, 훌쩍 떠나고 싶다 일상이 생업처럼 지친 어느 날 잠깐, 잠적하는 일 어느 동네 개울가에 마구 피어난 복사꽃 살구꽃 징그런 애벌레가 쉬지 않고 가고..

한줄 詩 2018.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