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있는 지하실 - 강신애 그 바다는 흐르지 않아, 회벽을 붙들고 나지막이 철썩일 뿐 퀴퀴한 동굴 속에 바다라니! 처음엔 수건인 줄 알았지 만지면 손에 푸른곰팡이가 묻어나는 바다는 어둠과 거미줄, 망가진 집기들과 먼지에 찌든 지하실의 햇빛 목마름이 만들어낸 몽상일까 바다를 고정하고 있는 수평선에서 지난여름 백사장 가설무대 색색의 리본을 뭉게뭉게 뽑아내던 마술사의 끝없는 입이 떠올랐지 아니, 바다가 토해낸 거품 속 리본이 마술사의 혀를 끌고 나왔던가 무언가를 정밀히 반추하기엔 진한 하수구 냄새의 지하실 이곳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바다를 나는 네 귀퉁이 접어 가방에 집어넣고픈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른다 지퍼를 열면 왈칵, 쏟아지는 이 신성한 허무를 어떻게 걸어놓을까 수평선이 허물어져 내 방의 너무 많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