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그 어제처럼 - 최준
어제처럼, 그 어제처럼 - 최준 아버지 오월이면 꽃을 심었다 나는 수조에 물을 담아 연신 꽃이 뿌리내릴 흙을 적셔주고 그러다 그 여자아이 놀러오면 함께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 꿈을 꾸었다 늘 그랬다 어제처럼 또 그 어제처럼 세월이 세월을 데리고 가고 아버지 천둥 번개 다 맞으셨다 꽃밭에서 꽃처럼 고민하고 햇빛 그리워하고 땀흘리셨다 내리는 햇빛 다 못 받고 흐르는 땀 닦지 않고 아버지 늘 아프고 수척했던 아버지 꽃과 함께 떠나셨다 그 여자아이 잊혀진 꽃말처럼 떠나갔다 새벽이면 의롭게 죽어가는 꽃밭 가득히 서리 내리고, 떨리는 손으로 꽃씨를 받는다 흔적없이 내리는 궂은 비 다 맞으며 나는 떠날 것들의 길을 열어준다 가을 그 길도 비에 젖고 마르지 않고 *시집, 너 아직 거기서, 도서출판 모모 얼음의 나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