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세월이 늙은 사내에게 - 박순호
늙은 세월이 늙은 사내에게 - 박순호 온기 없는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그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꽉 잠기지 않는 삶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틈에서 삭히고 삭혔던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을 것이다 틀어막아도 그 수위를 넘어 볼을 타고 흘러내렸을 것이다 여러 날 필라멘트가 끊겨 있던 전구는 불 밝히는 시늉이라도 내고 싶은지 얇은 유리 막 속으로 햇빛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가 수족(手足)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되었을 때, 들숨과 날숨이 고르게 늙어가는 세월의 몸을 보았다고 한다 쌀을 얻어가며 미안해서 던지고 간 빈말이라 생각했다 또 한 번은 세월이 자꾸만 말을 건네 온다고 한다 돈 만원을 빌리며 멋쩍어서 하는 말이려니 생각했다 세월이 늙는다니,,,, 세월이 말을 건네 온다니,,,, 고창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