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검사내전 - 김웅

마루안 2018. 6. 2. 22:57

 

 

 

올초부터 읽어야지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나올 때부터 흥미를 주는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든 영화든 고르고 골라 선택했는데 막상 접하고 아니다 싶을 때가 많은데 이 책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검사내전>은 제목을 영화 검사외전에서 따온 듯하다. 출판사의 영업 방침이니 그렇다손치고 오락범죄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겠으나 구성이 엉성한 영화에 비해 이 책은 현직 검사가 체험을 바탕으로 쓴 아주 생생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영화보다 훨씬 재밌다.

저자 소개를 하면 1970년 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인천지검에서 첫 경력을 시작한 이래 여러 지방 검찰에서 평검사 생활을 했다.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경력이 쌓이면서 승진을 거듭해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를 거쳐 현재는 첫 경력을 시작한 인천지검에서 공안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나는 오십 년을 넘게 살았지만 검사를 마주한 적이 없다.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직업이 검사였기에 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검사가 꽤 고단한 직업이라는 걸 알았다.

범죄자를 상대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거짓말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전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각종 사기 사건의 용의자와 머리 싸움이 드라마처럼 생생하다. 기상천외한 사기 방법도 흥미롭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사건을 풀어가는 검사의 능력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검사들은 머리가 좋아 시험 문제만 잘 맞추는지 알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글솜씨가 좋아 술술 읽히면서 재미가 웬만한 무협지 저리 가라다. 거짓말이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 사기꾼을 제압하고 달달한 믹스커피로 마무리 하는 사건을 읽노라면 잘 구성된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했다.

세상에 사기꾼이 이렇게 많나 싶게 현직 검사의 활약상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사기꾼의 기술도 상상을 초월하지만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욕심도 터무니 없거나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은 이렇게 먹고 먹히는 구조가 잘 조화를 이룬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한 충고가 정곡을 찌른다.

<그냥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다. 좋은 것을 굳이 광고까지 해서 당신에게 알려주는 선의란 없으며, 만약 그런 게 있다해도 절대 당신의 순번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다>.

아무리 검찰이 썩었고 신뢰도가 바닥이라 해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법이 가진 자에게만 적용된다는 말도 있지만 법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예전에 검사는 가난한 가문의 자녀가 소 팔고 논 팔아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출세의 관문이기도 했다.

이것 또한 영화의 단골 소재였기에 출세의 과정은 낯설지 않다. 모든 검사가 연속극에 나오는 것처럼 출세에 눈이 어두운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한편 욕하면서 부러워하는 분야가 법조계 아니던가. 이 사람은 분명 다른 책으로 곧 독자를 부를 것이다. 불량 검사가 많은 현실에서 글 쓰는 검사의 건투를 빈다. 이런 정도의 검사라면 존경은 아니더라도 박수는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