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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 사토 겐타로

살면서 병원에 안 가고 당연 약 먹을 일도 없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평생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 건강체질로 태어났거나 아니면 병원 갈 형편이 되지 않은 경우뿐이다. 내 경우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서 40 이전에는 포경수술 때문에 병원 간 것 외에는 병원을 모르고 살았다. 한 번도 아픈 일이 없어서는 아니다. 아픈 일이야 일년에 한 번 정도 감기에 걸린 것인데 웬만해서는 며칠 콧물 훌쩍거리며 참거나 정 견디기 힘들면 약국에서 종합감기약 사다 먹는 정도였다. 흔한 말로 감기에 걸려서 병원 가면 1주일이고 안 가면 7일이라는 먈이 있다. 나는 지금도 지독한 감기 아니면 병원을 가지 않는다. 지난 달인가?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었다. 거의 2년 만에 찾아온 감기였다. 하루..

네줄 冊 2018.05.27

가벼운 목숨 - 조찬용

가벼운 목숨 - 조찬용 감춰 둔 보릿자루 내밀듯 뒤늦게 손을 들어 막차를 놓치지 않겠다고 투병하는 아버지 부산 큰딸네 집 옆 무슨 대학병원인가에 후두암으로 몇 주 입원을 하셨다 오뉴월 해는 무장 길어 급한 김에 널려놓고 온 논일 밭일을 생각하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데 병실에 들어앉아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어머니의 심사 살다고 속 썩고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몇 번의 보따리 고비를 생각하면 당장에 팽개치고 나 몰라라 싶을 미움이 앞서지만 늘그막이 불쌍하여 5 년만 더 살아줬음 좋겠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아직도 모를 두 분 사이 언제 퇴원이 될지 모를 입원에 괜시리 사위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병원비 많이 나오면 근근히 먹고 사는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했던 어머니의 실언 "인자 살 만큼 살았싱게 아덜덜 생각히서 ..

한줄 詩 2018.05.27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 - 이강산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 - 이강산 그 새는 국립대전현충원 제15묘 육군하사 서격춘의 묘와 육군상병 서한원의 묘 사이로 내려앉았다 폭설에 간신히 발목만 파묻힌 채 어디로 갈 것인가 두어 번 방향을 바꾸며 두리번거리던 그 새는 해군상병 연준모의 묘를 향해 뒤뚱뒤뚱 걷다가 푸드득 눈을 털고 날아올랐다 얼어붙은 주검과 주검 사이 내려앉은 그 새는 이만 개의 화강암 비석을 숲으로 여겼을까 폭설 속 저 붉고 푸른 이만 개 원색의 조화(造花)가 꽃인 줄 알았을까 새의 무게만으로도 저렇듯 선명한 발자국을 본다 십 년 전의 추억과 일 년 전의 추억 사이에 떠난 사람과 돌아온 사람 사이에 내려앉아 뒤뚱거리는 나는 어떤 발자국을 남길까 어디쯤에서 날아올라야 하는 걸까 어디선가 이명처럼 새가 울고 새 울음 내려앉는 비석들 사..

한줄 詩 2018.05.26

비밀의 문 - 이용헌

비밀의 문 - 이용헌 ​ ​ 나무 위에도 문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 한 사내가 제 몸을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하늘로 떠났다 주머니에선 하늘로 가는 차표 대신 한 장의 쪽지가 발견되었다 쪽지에는 그가 사랑했던 이름들과 뜻 모를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몸만 남겨두고 영혼은 사라진 문의 비밀번호가 궁금했다 ​ 날이 밝기 전 사내는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섰을 것이다 일생을 열고 닫았던 문과 문마다 그의 지문이 파문을 그렸을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나와 택시 문을 닫을 때까지만 해도 그가 지상의 마지막 문을 닫았다는 걸 안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 그는 왜 소리마저 다 걸어 잠그고 하늘로 갔을까 ​ 날개를 잃은 새는 하늘을 날 수 없어도 몸뚱이를 잃은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법 ​ 그는 한 치..

한줄 詩 2018.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