喪家는 아늑하다 - 김응교 딱 한 번 전화로 통화했던 후덕한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한다 방 가득 둘러앉아 무거운 무게를 견디는 꺾인 표정들 비스듬히 노을빛 받아 귤빛으로 물든다 한 사람의 임신한 유부녀와 대여섯 총각들이 둘러앉아 상가인지도 잊은 채 탄생에 관해 얘기한다 한꺼번에 쌍둥이 낳으면 좋잖아? 지금 욕하는 거예요? 푸푸 웃으며 죽음과 친해진다 자정이 넘어 장기전에 돌입할 전사들만 남는다 웅크린 짐승마냥 귀가하는 먼 걸음들 샐녘까지 몇몇 문상객만 다녀가겠지 몇 패로 갈라 밤을 때우고 셀프서비스로 냉장고 속속 끄집어내며 똥배만 키우는 거북스런 보름달 매슥한 기억을 게우거나 신문지 뒤집어쓰고 뒤척이는 노곤하게 물러가는 어둠 기우뚱 졸고 있는 喪主의 등허리에 고인이 남긴 후일담이 어슴푸레 번져 오고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