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난 서울 거리가 한산하다. 해마다 이런 한적함을 즐기기 위해 남들 떠날 때 일부러 남는다. 잠시라도 사람 부대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은 딱 2주 정도다. 간다 간다 하면서 미루던 전시장을 찾았다.
국립박물관으로 피서를 온 셈이다. 실경산수화, 교과서에서 배우던 용어다. 실제 산을 보고 그린 사실적인 그림이라는 말이겠다. 그래도 내 눈에는 많은 그림이 비현실적이다. 아니 초현실적이다. 이런 그림 앞에 서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늘 봤던 그림이 아니어서 그럴 것이다. 학교에서는 피카소나 고흐 그림을 먼저 배웠다. 우리 그림은 있어 봤자 몇 꼭지 나오지도 않았다. 그래선지 몰라도 나는 우리 그림보다 서양 그림이 더 좋다.
인상파 작가들 많이 좋아한다. 특히 뭉크와 쉴레의 그림은 내 정서의 밑바탕이다. 우리 그림을 오래 바라 볼 기회가 없었다. 해마다 간송 미술관에서 특별전을 연다고 하나 나중에 보면 이미 전시가 끝났다.
이번 특별전은 정말 그림 숫자가 방대하다. 특별전이라 할 만하다. 교과서에 봤던 그림도 있고 들어만 봤던 작가의 그림을 본 것은 처음이다. 나름 전시장을 열심히 찾아 다녔어도 이렇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귀한 그림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옛날에는 환쟁이라 해서 그림 그리는 사람을 천대했다. 왜 이런 그림 앞에 서면 막막한 생각이 드는가.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낀다는데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시원하기는 했지만 목이 마른 피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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