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눈물의 무게 - 서상만

마루안 2019. 8. 8. 22:21



눈물의 무게 - 서상만



까치놀 번지는 저녁 바다
부처바위 얼굴에 허옇게 수염 달린
간꽃 보러 오라고
밤마다 밤 위에 쏟아 붓는
파도소릴 짐짓 못 들은 척
베갯머리에 묻어온
나의 떠돌이 바다


말없이 떠나왔으니 말없이 돌아가도
청둥오리 자맥질하듯
어느 날 날개도 없이 격랑에 떠올라야 했다


어머니 등에 업힌 내 유년의 푸른 만곡
치감아 소리치는 분월포 파도야
언제나 너그러워
빈손으로 오라지만
늘 승자는 가볍고 패자는 무거워
어릴 적 엉겅퀴꽃 가시
따끔따끔 내 정수리를 찌르네


을사년 오월 초이레,
선창에 매어둔 쪽배 하나 빌려 타고
내 어머니 하늘나라 가신 날
논골 속등엔 산 까치 떼 지어 울고
포구의 나는 목 놓아 울
눈물의 무게도 헤아리지 못했네



*서상만 시집, 분월포, 황금알








갈매기 굿판 - 서상만



수평선 너머 하얀 고깃배
꽃잎처럼 떠서 흘러간다


물거품처럼 스러진 뱃사람,
깊은 물길에 갇혔다가
씻김굿줄을 타고 오른다


여보 여보
나는 조금만 더 살다 갈래요 그래야
당신 간 물길 알 것만 같소
당신은 기왕지사 먼저 갔으니
부디 좋은 데 가이소 예
좋은 데 가이소 예


굿 줄을 당기는 무녀
넋걷이가 한창이다


꺼이 꺼이 추임새에 섞여 우는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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