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감정 - 이설야 봄날, 죽은 등을 갈아 끼운다 불 꺼진 영혼 다시 깜박인다 검은 나뭇잎들 흔들리는 봄의 가장자리 아침마다 죽은 문패들이 바뀐다 집을 버린 문패들은 옛 애인처럼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할 것이다 검은 유리는 계속 만들어지고 고양이들은 밤의 감정을 노래한다 서랍 속에서 잠자는 못쓰게 된 달력들 삼월에 내리는 눈처럼 봄을 망쳤던 시계들 몇 년째 죽지도 않는 어항 속 회색 물고기 같은 것들 봄날,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들, 과욕들 꽃피우려 해도 피지 않는 벼랑 아래로 자꾸만 굴러떨어지는 검은 나뭇잎들 아직 다 가보지 못한 당신 같은 언젠가 당신의 장례식 같은 봄의 감정들 봄날, 죽은 등을 갈아 끼워도 꽃이 피지 않는다 *시집/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창비 자세 - 이설야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