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 강시현 흰 목덜미 같은 사발에 밥 한 주걱 퍼서 식은 시래깃국 부어 불 꺼진 저녁 찬장 마주하고 병자같이 먹는다 얻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불현듯, 내놓아야 할 것이 줄지어 섰다 다가올 것들은 희미하고 떠나갈 것들은 또렷하고 당당하다 마당에서 토막 잠을 자던 바람이 어깨를 들썩인다 이제 몸 밖도 몸 안도 조금씩 내놓아야 할 때인가 매달릴수록 떠나는 것들이 구름져 비 되어 내린다 아끼는 것들은 붙잡지 않아도 차가운 온도로 떠난다 혼자임을 깨치는 일은 살가운 자기 그림자와 이별하는 아픔이다 무거운 나이도 그렇게 먹는 것이다 무엇을 기다리든 허기진 것들은 혼자 먹는 밥처럼 절망인 척하는 것이다 애매한 질문은 되돌려 주는 것이다 훌륭한 해답을 알고나 있는 듯이 *시집/ 대서 즈음/ 천년의시작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