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 뒤에 사師,士,事)자가 들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의사, 변호사, 판사 등 사회적으로 저명 인사에 속하는 사들을 싫어 한다. 예전에 지인의 소개로 변호사를 소개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법률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사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처음 마주쳤을 때 좋은 인상을 받았으나 변호사라는 소개에 호기심이 뚝 떨어진다. 아니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말이 더 맞겠다.
시험 잘 치는 그 좋은 머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욹어 먹었을까. 이 생각을 했다. 나는 처세술이라 할 수 있는 인맥 찾기가 늘 이런 식이다. 알아 놓으면 나중 도움 받을 수 있겠구나 그런 거 자체가 없다.
물론 변호사 출신으로 가난한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거나 활동가로 일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그 이유다. 이 책의 저자 최정규는 공익 법무관이다.
약력을 보니 권리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로 나온다.
내용 또한 비상식적인 판결문을 예시로 인용하며 통렬한 비판을 하고 있다. 고매하신 법관들이 읽는다면 분노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판사들의 형편 없는 인문학적 소양이 낱낱이 드러난다.
법률 용어가 어려워서 판결문을 읽어도 뭔 말인지를 모를 때가 많은데 이 책에 나오는 판결문을 봐도 판사들이 어떻게 그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했는지 의심스럽다.
그저 사지선다형 시험 문제를 달달 외어 판사 검사가 된 것일까. 모든 판사가 글쟁이가 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암호 해독하듯 들여다 보는 판결문은 쓰지 않아야 한다.
법으로 판결을 받으면 아무리 억울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판결은 신중해야 하고 받는 사람이 수긍할 수 있도록 명징한 편결을 해야 한다.
세상 보는 눈을 넓혀주는 좋은 책이다. 아무리 의사, 판사, 변호사가 싫어도 살다 보면 부닥치지 않고는 안 되는 상황이 온다.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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