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보다 먼저 오는 새 - 박봉준 뻐꾸기 새끼에게 쉼 없이 먹이를 잡아다 먹이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뱁새를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었다 뱁새 새끼를 모두 밀어내 죽이고 염치없이 입을 벌리는 덩치 큰 뻐꾸기 새끼 뱁새는 탄생의 비밀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모순을 사람들은 섭리라고 하겠지 어쩌다 제 손으로 혈육을 키우지 못하고 심청이 아비 젖동냥하듯이 이곳저곳 탁란하여 눈도 채 뜨지 못한 어린 새끼 손에 악의 피를 묻히는 뻐꾸기의 생도 참 기구하다 싶어 그 소리 다시 들어보니 녹음 짙어가는 들녘이 다 평화로운 것만이 아니다 천치 같은 뱁새도 피를 묻힌 뻐꾸기도 함께 살아야 하는 푸른 오월 *시집/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상상인 그까짓 거, 참 - 박봉준 한날한시에 죽지 못한다면 남은 사람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