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없다 - 이소연 빛이 한 짓인가 간판 하나 믿고 들어앉은 마음 쫓아내는 빛 지금 이 순간에도 검게 스러지는 빛이 있고 끝까지 가고 싶은 빛이 있다 다시 쫓아가는 빛 상점들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숨을 쉬려고 숨 좀 쉬자 무정히 벌목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길, 발이 없는데 길이 있는가 걸을 수 있는가 그 어떤 발자국도 남길 수 없는 길 그러니까 양동이처럼 엎어진 마음이라 차례차례 건물 입구에 있네 산산조각 날 것이 더 이상 없는데 떨어진 그림자들이 외투를 찾을 시간 앞을 삼킨 건물주는 이제 뒤도 삼킬 거야 밤과 새벽 사이, 존엄이란 말은 더 이상 쓰이지 않고 나는 가끔 평생을 모은 일상부터 잊힌다 아시다시피 하루하루 달력 없는 골목에서 나는 하루의 마지막 일초였다 이제는 초침처럼 버려지는 빗소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