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느닷없는 - 권혁소 검버섯은 피고 근육은 점차 소멸할 때 물매화를 닮은 아린 사랑 하나 내게로 와서 꽃 피우라 속삭인다 혼자 잠드는 일에 익숙해지던, 맹물에 끼니를 마는 날들이 늘어나던 오월의 어떤 신록 무렵이었다 뒤늦은 사랑은 그렇게 느닷없다는 말과 함께 와서 격조했던 언어들에게 말을 걸고 화석이 되어가던 심장에 맑은 물줄기 하나 흘려놓았다 사랑 그것은 광장을 밝혔던 촛불 같아서 내가 어두울 때 비로소 나를 환하게 한다 어떤 꽃은 지고 어떤 꽃은 피던 때였다 *시집/ 우리가 너무 가엾다/ 삶창 바다처럼 잔잔히 밀려오는 사람 - 권혁소 나중에 당신을 기억할 때 바다처럼 잔잔히 밀려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물오물 뱉어내던 그녀의 말을 잔잔히 밀려오는 바다 같은 사람이라면 좋겠어요,라고 읽는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