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외롭지 않을 권리 - 황두영

마루안 2020. 8. 27. 19:52

 

 

 

생활동반자법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런 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일상 대화에서 말문이 막힐 때나 부당함을 당할 때 "그런 법이 어딨냐?"는 말을 한다. 사회가 변하고 삶이 다양해지면서 없는 법도 필요한 시대다. 휴대폰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것처럼 이것도 일종의 사회 진화의 과정이리라.

 

아직 생활동반자법이 도입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법도 통과는 커녕 차별금지법처럼 언급이 될 때마다 찬성과 반대의 극한 대립으로 사회 논란으로만 그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도입될 법이지만 갈 길은 먼 법이 아닐까 싶다.

 

폐지가 되면 가정 근간이 완전히 무너질 것처럼 보였던 <동성동본 금혼>이나 <호주제>, <간통죄> 등도 오랜 기간 논란 끝에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다. 일부 무슬림 국가에서는 간통죄를 엄히 다스리고 심지어 명예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 나라를 미개 국가로 보기보다 문화의 차이라고 인정한다. 근대까지도 서구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없어질 것 같지 않던 법이 간통죄였다. 간통죄를 저질러도 예전엔 여성만 처벌했고 쌍방 처벌을 하더라도 여성에게 사회적 낙인이 훨씬 가혹했다.

 

생활동반자법은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뤄진 민법상 가족이 아닌, 두 성인이 합의 아래 함께 살면서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동거 돌봄 관계>를 말한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우리 사회는 특별한 한 사람만 내 옆에 있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를 너무 어렵게 풀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법 또한 가족 근간을 무너뜨려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난다며 반대를 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법이 완벽하지는 않다. 속칭 구멍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에도 부정 수급자가 있고 임대주택도 무자격자 입주가 상당하다고 한다. 법의 헛점을 교묘히 이용해서 그렇단다.

 

그렇다고 기초생활보장법이나 임대주택을 없앨 수 없다. 나는 이 법을 지지하지만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되더라도 내가 그 법으로 혜택 받을 일은 없을 듯하다. 다만 차별을 덜 받거나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 안전망을 위해서 찬성한다. 이 책의 일부를 옮기며 마무리한다.

 

<굶어 죽지 않을 수준의 노인 복지, 그나마 잘 갖춰진 의료제도와 기술로 한국의 노인은 아프고 가난하게 오래 산다. 한국의 노인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이 일하는데도 가장 가난하고 압도적으로 많이 자살한다.

 

이들에게는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조그만 돌부리도 버거운 절벽이 된다. 건강보험이 허락하지 않는 병을 오래 앓는 것, 노인복지센터나 경로당을 가지 못할 정도로 다쳐 밥과 여가를 해결할 수 없는 것, 오랫동안 살던 동네가 재개발 되는 것, 자녀가 실직하는 것 모두 준비되지 않은 돌부리다.

 

생활동반자법은 내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 권리를 위한 법이다. 따라서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을 때 억지로 둘을 묶어놓을 수는 없다. 생활동반자법은 이성 간의 영원한 사랑과 한없는 희생을 전제하기보다는 각자의 사정과 욕구가 다양하기에 같이 살고 싶은 마음도 긴 기간에 걸쳐 바뀔 수 있다고 전제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