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론 - 이서화 손을 놀려야 먹고산다고 말한 사람은 몇 년째 손을 놀리고 있다 펜치며 연장들의 앙다문 입으로 녹이 눌어붙어 있다 잔뜩 오므린 채 떼어도 펴지지 않는 식음 전폐다 몇 년 무소식 끝에 집수리 부탁하려 찾아간 김 씨의 사정은 사람도 기술도 그 수족도 폐업이다 수많은 연장들의 수장이었던 사람은 밥보다 알약을 더 많이 먹는다 그나마 열리는 입에선 흔들리고 떠는 말들뿐이다 돌아오는 길, 봄은 또 연장들도 없이 나무마다 달라붙어 꽃 피는 공사 중이다 고장 난 우리 집 수도 파이프는 어느 봄의 독촉으로 졸졸 새고 있는가 꽉 다문 연장들의 입을 어떤 봄의 입김으로 녹여야 하나 *시집/ 낮달이 허락도 없이/ 천년의시작 집밥 - 이서화 둥그런 양은 밥상에서 후일을 도모하던 칠 벗겨진 봉황이 생각난다 ..